“그 정자는 멀리 보이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었다.
고요한 연못가에서, 오직 자기 자신에게 닿기 위해 지은 것이었다.”
담양 소쇄원보다 더 깊숙한 숲속,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마당 같은 고요함을 품은 정원이 있다.
명옥헌(鳴玉軒),
‘옥이 울리는 정자’라는 뜻처럼, 이곳에선 물소리도 마음을 울리는 울림이 된다.
📜 정원의 역사 – 조선 사대부의 삶, 풍류와 절제 사이
이 정원은 조선 중기 문신 오희도의 아들 오이정이 지은 별서정원이다.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들이 자연과 가까이에서 학문과 예술을 즐기기 위해 만든 공간.
명옥헌이라는 이름은, 정자 앞 계곡 물소리가 옥구슬이 구르는 듯 맑다 해서 붙여졌다.
이곳은 풍류를 누리는 자리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만 허락한 곳이다.
꽃은 많지 않고, 소리도 적으며,
늘 풍경보다 느낌이 먼저 오는 정원이다.
🌳 명옥헌 원림의 구조와 미학
명옥헌 정자 | 정원의 중심. 연못을 마주보게 지어졌고, 삼면이 열려 있어 바람과 물소리를 그대로 품음 |
연못(방지형) | 직사각형이 아닌 유기적인 곡선형 연못. 소쇄원보다 넓고 깊어 정자와의 조화가 뛰어남 |
주변 숲과 배롱나무 | 여름에는 연못가의 배롱나무꽃이 만개. 연못과 정자, 붉은 꽃이 어우러져 회화적 장면을 연출 |
자연 계류 | 인공 수로가 아닌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끌어 정원으로 들임. ‘가장 자연스러운 조경’의 결정체 |
이 정원은 ‘꾸미지 않는 것’이 최고의 꾸밈이라는 철학 아래,
거주자 중심의 시선을 고려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즉, 이곳은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가는 시선의 풍경입니다.
💡 별서정원이란?
조선시대 양반들이 관직에서 물러나 자연 속에서 휴식, 독서, 사색을 즐기기 위해 조성한 별장형 정원.
‘자연과 함께하되, 자연을 지배하지 않는 것’이 핵심 철학이며,
한국 전통 정원의 대표적인 형태로 손꼽힙니다.
🧭 방문 정보
- 주소: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금현리 1
- 입장료: 무료
- 운영시간: 제한 없음 (주변 마을 예절 필요)
- 주차: 마을 입구에 공영주차장 (도보 약 5분)
- TIP:
- 여름엔 배롱나무꽃 시즌(7월 말~8월 초)에 방문 추천
- 아침 시간대 방문 시 가장 고요하고 사람도 적음
- 소쇄원과 함께 둘러보면 조선 정원의 미학을 한 눈에 비교 가능
✨ 마무리
명옥헌은 작지만 완성된 세계다.
그 세계엔 물소리가 있고, 정자의 그림자가 있고,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적막함이 있다.
소쇄원이 세상을 등진 정원이라면,
명옥헌은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조용히 머무는 정원이다.
말 대신 물소리를 들려주는 그 자리에, 당신의 조용한 하루를 놓아두고 가시라.
[정원 관찰] 담양 소쇄원 – 스승의 죽음을 꽃으로 기린 정원
[정원 관찰] 담양 소쇄원 – 스승의 죽음을 꽃으로 기린 정원
1520년대 조선 중기.한 젊은 선비는 서울을 떠나 고향 담양으로 돌아왔습니다.그는 스승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 어려웠습니다.스승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희생된 후, 세상의 부조리를 꿰뚫어 본
penslab-31028.tistory.com
[정원 관찰] 익산 아가페정원 – 50년 동안 피워낸 사랑의 숲길
[정원 관찰] 익산 아가페정원 – 50년 동안 피워낸 사랑의 숲길
“누구도 늙는 게 서럽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1970년, 전북 익산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한 신부가 노인들을 위해 만든 정원이 있었습니다.그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마다 ‘사랑
penslab-31028.tistory.com
[정원 관찰] 보길도 윤선도 원림 – 고산이 머물던 정원의 시간
[정원 관찰] 보길도 윤선도 원림 – 고산이 머물던 정원의 시간
"이 섬 끝자락에 이런 정원이 있다니요."그는 전란의 폐허를 등지고, 이 섬에 다다랐습니다.조선 최고의 시인이자 사대부였던 윤선도는 병자호란이라는 시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유배길에
penslab-31028.tistory.com
[정원 관찰] 남양주 물의정원 – 도심을 벗어나, 강변 꽃길을 걷다
[정원 관찰] 남양주 물의정원 – 도심을 벗어나, 강변 꽃길을 걷다
“이런 곳이 서울에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곳에 있다는 게 믿기세요?”주말마다 북적이는 도심 속 공원이 지겹게 느껴질 때,자연이 들려주는 진짜 ‘쉼’을 찾아 떠난 곳이 바로 남양주 물의
penslab-31028.tistory.com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어트가 멈추는 진짜 이유 몸보다 ‘마음’이 문제였던 순간들 (5) | 2025.06.05 |
---|---|
[공원 탐방] 수원 팔달공원: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도심 속 힐링 공간 (2) | 2025.06.04 |
[계곡 찾기] 청하골, 내연산 따라 흐르는 12개의 폭포 포항 보경사계곡 완벽 가이드 (3) | 2025.06.04 |
[트레킹]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숲길 서대문구 안산자락길 (3) | 2025.06.04 |
철원 고석정 꽃밭, 드디어 개장!|2025 개화 시기 & 입장료·주차 정보 총정리 (4) | 2025.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