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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세관2

군산세관, 그 조용한 첫발자국(이름 없는 첫 여성 공무원의 이야기) 1908년, 서해 바닷바람이 거칠게 부는 군산항. 붉은 벽돌로 지어진 군산세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 다음으로 두 번째로 세워진 근대식 세관 건물이었다. 곡창지대였던 호남의 쌀이 일본으로 실려 나가던 출발점. 세관은 이 흐름을 통제하고 감시하던 핵심 기관이었다. 당시는 남성 중심 사회였고,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이 남자들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1930년대 중반, 세관 내에 ‘속기, 정리, 보조 행정’을 담당하던 몇몇 여성의 이름이 아주 작게 등장한다. 그들은 주로 일본 이름을 부여받은 조선인 여성들이었고, 대부분 기록의 여백에 머물렀다.그 중의 한 명, 그녀의 본명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1936년자 공문서 한 귀퉁이에, “문서정리보조 1명 – 조선인 여(女), 속기 가능.. 2025. 4. 6.
[숨결 풍경] 2. 녹슨 시간의 문을 여는 도시 - 군산 어떤 도시는, 그 이름만으로도 바람이 다르게 분다.군산이 그랬다.한때는 바다를 품은 부유한 무역 도시였고,다른 한때는 잃어버린 시간을 숨긴 채 조용히 퇴색한 그림자였다.지금의 군산은 그 중간쯤 어딘가에서,조용히 자신을 복원하고 있다.바다를 등진 번영의 기억군산항에 첫 배가 들어온 건 개항장이 생긴 1899년이었다.지붕 낮은 창고들과 붉은 벽돌, 일본식 목조건물 사이로시간은 묵직한 숨을 쉬며 남아 있다.이 도시는 쌀의 도시였다.군산항을 통해 조선의 쌀이 일본으로 흘러갔고,그 대가로 남은 건, 부의 일부와 깊은 상처였다.지금도 ‘히로쓰 가옥’, ‘조선은행 군산지점’, ‘동국사(우리나라 유일 일본식 사찰)’ 같은 건물들이말없이 그 시간을 증언한다.군산은 겉으로는 다정하고 평화롭지만,속엔 식민지 시기의 아픔이 ..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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